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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업무

기업과 도서관 그리고 사서.

by 진_lib 2021. 5. 15.


기업은 종종 직원들을 위한 도서관을 운영을 한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사내도서관 역시 규모도 제각각이고, 형태 또한 다르다. 규모면에선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게는 몇 칸 짜리 책꽂이 두어 개가 '도서관'이고, 어느 중소기업에서는 사무실 한 칸을 떼어 도서관을 조성한다. 한 대기업은 전망 제일 좋은 공간을 통째로 도서관으로 조성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직원들만을 위해 도서를 수집하고 대출해주는 반면, 마케팅의 일환으로 대중들에게 일정 공유하는 기업도 있다. 
사내도서관이 운영되는 형태는 크게 세 가지다. (1) 일정 공간을 서가로 만든 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대출반납을 한다. (2) 사내도서관을 조성해주는 외부업체에게 의뢰하여 도서관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외부업체로부터 도서를 구입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치른다. 대부분 외주업체 역시 무인으로 운영한다. (3) 사서를 채용하여 실제 도서관처럼 사내도서관을 관리하고 운영한다. 기업에 도서관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경영되는 것이 이상적일까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보고 싶다.

1. 기업과 도서관

1.1. 능동적 자기개발 지원

기업이 구성원들의 지속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성장을 요구한다면, 도서관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도서관은 때론 휴식의 공간이, 때론 자기개발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독서는 직장인들에게 휴식이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자양분이다. 도서관은 구성원들에게 독서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내도서관을 구비한 직장인들의 독서율은 89.4%, 독서량은 14.8권인데 비해, 사내 도서관이 구비되어있지 않은 직장인의 독서율과 독서량은 51.8%, 6.1권으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사내도서관을 구비한 직장인의 연간 독서량이 6권 이상인 비율은 50.9%, 그렇지 않은 직장인의 비율은 19.1%로, 연간 독서량에서 그 차이가 더 현격하게 보였다. 사내 도서관의 기대역할을 뚜렷하게 결과로 볼 수 있는 통계자료다. 구성원들의 독서취향을 분석하고 적합한 도서들을 구입함으로써, 효율적인 도서관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2. 도서관 운영 vs 도서구입비

기업은 도서구입비를 제공하여 구성원들의 독서를 장려하기도 하는데,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과 도서구입비를 제공함으로써 독서를 장려하는 것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도서구입비를 제공하는 것은 구성원이 필요한 도서를 자율적으로 구입할 수 있고, 도서를 소유하는 것이기에 자유롭게 줄을 긋는 행위나, 파손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또, 독서를 하지 않는 구성원들의 수가 적다면 기업이 도서구입비로 인한 지출이 적어질 수 있다.
하지만 도서구입비를 제공하는 것은 한편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소비일 수 있다. 도서구입비가 제공되면 지인의 선물용도, 대리구매와 같은 기업의 제공목적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 또한 동일한 도서를 여러 구성원들이 구매하여 비용이 몇 배가 들 수 있다. 구성원들이 항상 계획된 독서계획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도서구입비에 대한 예산은 매번 예측하기 힘들다. 
반면 도서관을 운영한다면, 구성원이 책을 함부로 다룰 수는 없지만 10명이 동일한 도서 10권을 구매하는 것보다 도서관이 2~3권을 구매하여 장기적으로 10명 이상의 구성원들이 읽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절약된 예산은 더욱 다양한 도서를 구입할 수 있고, 다양하게 구성된 도서들은 이용자의 독서 패턴을 심화시키기도, 다양한 관심사로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사내도서관에서 구입한 도서는 곧바로 기업 자산으로 속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이 직원들에게 소비하는 비용이 아닌, 기업 자산으로서의 투자이기도 하다. 일반도서를 통한 직원들의 자기개발 뿐만 아니라 기업 특색에 맞는 전문도서를 구비하여 기업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갖출 수 있다. 실례로, 식품 관련 회사의 사내도서관은 요리에 관련한 고서나 전문도서를 갖춰, 외부인에게도 개방하는 등 기업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보여주고 나아가 외부적으로 마케팅 효과까지 거두기도 한다.

2. 그럼 도서관에 사서가 존재해야 하는가?

요즘 운동을 하며 트레이너 선생님이 해준 말씀이 있다. "눈을 감고 걸으면 걸을 수는 있지만 똑바로 걷기 힘들잖아요? 운동할 때도 걸을 때 목적을 응시하고 걷듯이, 운동부위에 집중해서 자극을 인지하고 운동하면 더 빠르게 근육이 성장할 수 있어요." 걸음과 근육이 그렇듯, 조직도 운영에 있어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을 하면 그 목적에 더 빠르게 이를 수 있다. 앞서 머리에서 말한 사내도서관들의 운영 형태는 세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 기업 내 자율 운영하는 방식과 외주업체로부터 운영하는 방식 역시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이 되겠지만, 도서관 운영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서가 경영한다면 훨씬 더 효율적인 경영이 될 수 있다.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사서는 구성원들의 독서취향 파악은 물론이고 기업의 특질에 맞는 도서를 갖추기도 하며, 독서를 장려하고 촉진하는 행사도 기획할 수 있다. 사내도서관의 모조직인 기업을 잘 파악하고 기업의 성격을 도서관 경영에 잘 녹여낸다면 내외부적으로도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회사의 자율적 무인도서관 운영은 효율적이지도 못하며, 체계적인 운영도 어렵다. 외주업체로부터 도서관을 조성하고 정기적으로 관리운영 받는 것은 일종의 '렌털'형식이다. 저비용으로 도서관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기업에 맞춤 운영은 힘들다는 점, 장서구성 및 보존에 대해 미흡하다는 점이 있다.
사서가 직접 운영하는 사내도서관은 앞선 두 가지 방식보다,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기업이 사내도서관의 전담사서를 고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필요 없는 지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외적으로 사서가 '한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사서의 역량과 적극성에 따라 영향력은 천차만별이다. 모조직인 기업을 영민하게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운영을 하는 사서라면, 기업 구성원들의 자기개발을 돕는 데 일선에 서고, 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밑바탕 역할이 될 것이다.